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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단과 지혜가 필요하다

작성자 showhawk 조회수 1892 작성일 18.12.18  09:22

올해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디지털자산(본 칼럼에서는 암호화폐, 가상화폐 보다 디지털자산이라는 표현을 사용)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양대산맥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이 급락했고, 역시나 디지털자산은 21세기형 폰지사기라고 했던 주장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것이 폰지사기고, 블록체인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에 포장된 것이라면 당연히 시장은 줄어들거나 없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오히려 시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들은 블록체인 발전에 디지털 자산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올해는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비트코인이 탄생한지 10주년 되는 해이다. 짧은 기간 동안 참 다양한 이벤트와 이슈가 있었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들이 다수 출현했고, 채굴방식 변경 및 하드포크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전세계 자산 중에서 가장 상승폭이 크며 주목 받는 자산이기도 했고, 정부의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급락하기도 했다. 구루들은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각 국 정부와 금융당국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에 대한 입장이 천차만별이다. 미래에 영향력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니 적극적으로 육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가도 있고, 아직 디지털자산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니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국가도 있다. ICO(Initial Coin Offering),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STO(Security Token Offering) 등 생소한 용어와 개념은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고, 관련된 회사와 일자리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강산이 벌써 수십 번은 변한 느낌이다. 자산 중에서 이만큼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며, 급속도로 제도권 편입을 시도했던 자산은 과거에도 없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했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수탁서비스(custodian), 펀드, 장외거래(OTC) 등 전통 금융산업에서 다루던 업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디지털자산 거래비중이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앞서 디지털자산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니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국가의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사실 미국도 처음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비트코인이 대중에게 소개되었을 때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또는 암호화폐(Crypto Currency)로 불렸다. 모두 화폐라는 단어가 포함이 됐는데 이는 달러라는 화폐를 통해 세계를 지배해 온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었다.

달러가 무엇인가?

달러는 단언컨대 미국의 최고 히트상품이다. 미국은 달러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종이에 조지워싱턴(George Washington) 얼굴을 그려 인쇄하면 1달러고,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얼굴을 그려 인쇄하면 100달러의 가치가 된다. 시뇨리지(Seigniorage,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비용을 뺀 화폐주조차익) 효과는 기축통화국인 미국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미국은 달러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당연히 미국은 달러의 힘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미국은 반대입장을 보였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2015년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교환, 가치 저장의 기능을 일부 수행하지만 법정 화폐가 아닌 디지털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재닛 옐런(Janet Yellen)과 제롬 파월(Jerome Powell) 등 전현직 연준의장도 가상화폐는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비트코인의 존재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다. 곧 없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2013년 키프로스 금융위기가 발생하며 비트코인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곧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비트코인이 없어지기는커녕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전세계 자산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은 당황했다. 미국의 영향력이 없는 자산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디지털자산의 생태계를 이끄는 거래소와 마이닝 풀은 대부분 중국에 있다. 디지털자산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더 이상 디지털자산을 방관할 수는 없었다. 미국의 힘이 미치지 않는,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이 없는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입장을 바꿨다. 미국 SEC는 지난 2013년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투자자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2017년까지 계속됐다. 채굴기업을 기소하기도 했고, 사기성 ICO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올해 들어서는 ICO를 증권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SEC ICO에 대해 증권의 성격이 강하다고 규정했고, 디지털자산을 증권으로 인정했다. 곧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SEC의 극적인 입장변화를 보면, 미국이 자신 있는 전통금융으로 취급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제 미국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곧 발표하며 기관투자자의 유입을 통해 디지털자산을 취급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다행히 피델리티를 필두로 전통 금융기관들이 이미 디지털자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미국 전통 금융기관들이 선견지명을 갖고 디지털자산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던 가운데 미국 당국도 이를 제도화하며 금융기관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이미 전통시장에서 신뢰성을 확보한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새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자산 분야에서도 미국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SEC는 제도권화를 촉구하고 있고, 미국 금융기관들은 가장 앞서 준비하는 모양새다. SEC ICO 가이드라인도 주요 경제대국 가운데 최초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든, ‘자산이 되든 미국은 이 시장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o:p></o:p>

 

미국 SEC Jay Clayton의장은 지난주 열린 Consensus: Invest 2018에 참석해 SEC의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디지털자산을 제도권화해서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전통기관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디지털자산은 안된다던 중국도 인민은행 중심으로 디지털자산(CBDC) 발행에 적극적이다. 우리가 그토록 갈망했던 금융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디지털자산 시장에 찾아왔고, 다른 나라들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서울의 여의도를 비롯해 부산과 전주가 아시아의 월스트리트가 되겠다며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WEF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글로벌 금융지수가 세계 33위에 불과하다. 서울과 부산, 전주를 아시아의 월스트리트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부 텍사스중질유(WTI), 브렌트유, 두바이유에 이어 세계 4대 석유거래소를 국내에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다행히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영향력은 크다. 한 때 전세계 크립토 시장에서 원화결제가 37%에 달했다. 지금 비록 원화거래가 감소했어도 5~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이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한국이 세계의 중심지가 될 수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축소로 ICO에 대한 붐이 사그라 들었지만, 2014년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ICO 모금액은 200억달러를 넘어선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통 금융기관의 자금유입도 초읽기 단계다. 2018년 상반기 미국에서 이뤄진 블록체인 관련 투자액은 8.6억 달러로 이미 2017년 블록체인 투자 총액인 6.3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 만큼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류드라마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운 것을 제외하고 한국과 같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많았던 산업이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 이전에도 과연 있었을까? 지금 국내시장의 열기도 많이 식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잠재력이 큰, 그리고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아니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결국 우리가 앞서며 시작했던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우리는 또 다시 변방으로 밀린다. 디지털자산의 허브로 가는 버스는 대한민국이라는 정거장에 도착했지만, 조금씩 우리를 떠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달려가서 버스를 잡을 수 있지만, 더 시간을 지체하면 다음 버스를 타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또 따라가는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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